라이팅이 힘든 초중등 학생? 이 방법으로 라이팅 공부 시작해보세요!

writing 공부법 글쓰기 라이팅 영어 작문 영어라이팅 Apr 06, 2023

“우리 아이가 글쓰기는 좀 약한 편이에요. 뭘 써야할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글쓰기를 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혹시 이런 말을 선생님에게 하셔야 했던 적 있으신가요? 안해보신 분이 거의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요즘 카페에도 이와 관련된 글이 자주 올라오는 것 같더라구요. 주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라이팅을 가르치는 저도 간혹 초중등 친구들의 라이팅 관련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라이팅 공부에 대한 모멘텀, 추진력 자체를 만들어 내길 힘들어 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이나마 글쓰기 공부 과정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저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라이팅의 기초를 가르치시는 분들이 계시니 전통적인 공부법에 대해 제가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테고, 어린 초중등 학생들이 라이팅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세하고 이색적인 방안 세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카피 라이팅 훈련법

이론

글쓰기는 단어를 모아 문장으로, 문장을 모아 문단으로, 문단을 모아 작품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작품 전체를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초중등 학생에겐 너무나도 까마득하고 힘든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엄두가 안나서" 공부를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엄두를 낼 수 있도록 문장 단위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방법이 바로 "카피 라이팅 훈련입니다.

카피 라이팅은 흔히 말하는 "광고 문구"만들기, 혹은 뉴스 제목(헤드라인) 만들기 같은 것입니다. 단 한 문장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빼앗는 글을 만드는 것이 카피 라이팅의 목적입니다. 멋진 문장, 기억에 남는 문장, 한 문장 안에 이중적인 의미를 제공하는 문장 등을 만들다 보면 글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다소 허세스럽거나 낯간지러운 문장이라 할지라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기에 카피 라이팅 훈련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내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야", "난 웃긴 사람이야", "미디어 매체에서 보던 광고를 나중에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기 효용성을 키워주는 방법인 것이죠.

방법

그렇다면 카피 라이팅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많은 예제를 함께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정확히 어떤 카피가 효과적이고 어떤 카피가 어떤 기분을 들게 만드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그렇다 보니 여러 카피를 함께 보시면서 "이 카피는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네," "이 카피는 엄청 웃기네", "이 카피는 이러저러 해서 기억에 남겠다" 이런 식으로 카피를 분석하시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재미없는 분석 과정이 아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던가, 티비 시청 중 광고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라이팅 공부로 아이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 이후에는 이런 카피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 해 보는 것이 다음 과정입니다. 여기서 추천드릴 책은 Chip Heath와 Dan Heath가 쓴 Made to Stick 이라는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뇌리에 빡! 하고 박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인데, 읽기도 쉽고 한국어 버전도 있어 부모님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copywriting exercises, copywriting practice 등을 구글에 찾아보시면 다양한 사이트가 존재하니 이를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글쓰기를 시킬 때에도 엄한 글쓰기를 시키기보다는 아이의 관심사와 접목해서 놀이처럼 접근하시면 좋습니다. "너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엄마 아빠가 해보고 싶게 만드는 자극적인 문구를 만들어봐. 그러려면 엄마 아빠의 관점에서 자극이 될만한 말을 해야겠지?" 이런식으로 접근하시면 아이가 "독자의 입장에서 글쓰기"하는 훈련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실제로 조금이라도 설득이 되신다면 설득 된 사람처럼 행동해주시는 것입니다. 아이가 게임 홍보 글을 썼다면 가서 게임을 아이와 함께 해보시는 것, 아이가 특정 유튜브 영상을 추천했다면 가서 같이 보는 것, 이것이 아이의 "글쓰기 자기효용성"을 키워주고 글쓰기에 대한 애착을 키워주시는 방법입니다.

 

자료

Made to Stick (Chip Heath, Dan Heath)/ 한국어 판 제목은 <스틱!> 입니다 (교보문고 | 아마존)

21 Copywriting Exercises (LINK)

5 Everyday Copywriting Exercises (LINK)

정철 카피라이터 세바시 강연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LINK)

 

2. 프로젝트 기반 훈련법

이론

이 방법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 과정을 하나하나 느리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느 글쓰기 자체를 공부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는 컨텐츠에 대한 프로젝트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공부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Task-Leaning Type과 Project-Leaning Type이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잠시 다루었었는데요 (이전 글 잠조), 쉽게 말씀드리자면 공부 유형을 1) 암기-문제풀이-응용 식의 공부를 선호하는 학생과 2) 주제별 연관성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찾아내는 식의 공부를 선호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물론 세 번째 유형인 "공부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유형도 있긴 합니다...). 1번 유형의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어학원식 라이팅 공부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명확한 공부법, 답이 있는 문제형식, 그리고 내가 몇 점 받았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는 평가제도가 잘 맞는 학생이겠지요. 하지만 2번 유형의 학생의 경우 단기적으로 단어장을 보게 한다던가 이런 방법이 큰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어장을 극도로 혐오하고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을 쉽게 까먹는 아이들은 어쩌면 2번 유형의 공부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방법

그렇다면 프로젝트 기반 훈련법으로 라이팅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학생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를 찾아야 합니다. 단어, 문장, 자료, 라이팅 유형, 이 모든 것이 해당 주제와 연결성이 있기에 기억에 더 오래 남고 끝까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훈련법은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글쓰기 공부 과정이 아닌 해당 주제에 대해 아이가 "더 알아보고 내 관심사를 정리하는" 정도의 과정으로 느껴져야 합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프로젝트 구상 과정은 아웃라인 만들기 훈련이 되고, 해당 주제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단어 훈련이 되고, 내용을 글로 작성하는 과정은 글쓰기 훈련이 되고, 실천하는 과정은 내 글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정확했는지,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복기하는 훈련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만약 피파온라인이라는 축구 게임을 좋아한다면 영국 축구에 대한 큰 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해보시는겁니다. 구상 단계에서는 어떻게 영국 축구에 대해 연구하고 어떤 보고서를 작성하고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것이 무엇인지를 구상해 보면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부모님도 함께 하셔야 의미가 생깁니다. 만약 궁극적 결과가 다음 여름 방학 때 영국으로 축구를 보러 가는 것이 된다면 가장 좋겠죠. 확실한 보상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이게 불가능하다면 한국 프로축구 경기를 함께 보러가는 것, 피파 온라인 게임을 아빠에게 가르쳐 주는 것 등의 목표를 설정해도 좋습니다.

매 주 하나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부모님에게 보내주는 것을 목표로 첫 주는 영국축구의 역사 정리, 두 번째 주는 영국 축구와 관련된 전문 용어 정리, 세 번째는 영국 축구 유명한 팀과 선수에 대해 리서치 및 정리, 네 번째는 영국 축구를 실제로 보기 위한 과정과 방법 리서치 및 정리, 다섯 번째는 영국 여행 계획 정리... 이런 식으로 5주, 10주, 20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글쓰기 훈련이 부족했던 제 학생에게 미국 대학 투어를 가기 전 매 주 보고서와 계획서를 받아서 첨삭해주는 방법으로 라이팅 공부를 시킨 적이 있는데, 정말 글쓰기를 혐오하던 학생이 매 주 아주 긴 글을 열심히 써올 뿐 아니라 실제로 대학 투어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스스로 가이드를 했다는 것이 이후의 리서치나 라이팅 과정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자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아이들이 재밌어 할 만한 기술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ChatGPT와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도 방법일테고 시청각 자료를 통해 리서치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리서치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은근슬쩍 아이들을 글쓰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보니 분명한 글쓰기 목표와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프로젝트의 생명은 아이디어 정리입니다. 그리고 마침 학생들이 아주 좋아하는 것이 "이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마치 공부는 안하는 학생도 학용품은 이쁘고 좋은 것을 좋아하는 것 처럼, 아이디어가 없고 글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이쁘게 도표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은 좋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쁜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기분을 얻는 것이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아이디어 정리, 구상, 작성을 "이쁘게" 할 수 있는 플랫폼 MIRO를 사용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Miro는 이렇게 생긴 플랫폼인데 무한대로 늘어나는 아이디어보드와 다양한 모양의 도구를 통해 무한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글도 쓸 수 있습니다. 템플릿이 아주 많이 제공되다 보니 웬만한 형태의 아이디어 보드는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3. 투쟁적 글쓰기 훈련법

이론

이 방법은 "이론" 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에는 너무 하찮고 장난스러운 방법이지만 확실히 효과적이긴 합니다. 어린 학생들은 부모의 잔소리에 참 투쟁적으로 반응합니다. 부모의 잔소리에 “왜?” “아닌데?”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대답이 나온다면 투쟁이 시작되는것이죠. 아이가 몸 속에 피가 확 솟구치는 리액션을 보일 때, 그 기운 이용해 글쓰기의 motivation을 제공하는 방법, 이게 바로 투쟁적 글쓰기입니다.

 

방법

모든 글쓰기 과제에는 prompt (지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웬만한 지문은 생각하기조차 귀찮은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지문이 너무나도 대답하고싶은 지문이라면 글쓰기가 쉬워지겠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지문을 만들어 보는겁니다:

Ex. "야 너 도대체 몇신데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는거야?" 본 질문에 대해 최대한 논리적인 반박하여 최대한 게임을 더 할 수 있도록 주장하라. (300자 이내) 

Ex. "5분 있다 끄기로 약속 했다. 더는 안돼." 지금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 이 상황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상상하고 분석하여 서술하라.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라. (500자 이내) 

Ex. "OO아, 우리동네에 영어 토론 학원이 새로 생겼대. 토요일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라는데 이번 주에 테스트 받을 겸 가보기로 했으니까 기억해." 새로 생긴 영어 토론 학원을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구상하고 최대한 자세히 전략을 형성하라. (1,000자 이내)

학생의 입장에서 위 지문에 나온 상황들은 상상만으로도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드는 상황들입니다. 살면서 가장 많이 고민해봤을 주제들이구요. 당연히 이에 대한 반박을 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추진력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반박이 정말 설득력이 있을 때, 앞으로 그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던가, 핸드폰 사용 시간을 조금 늘려주신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소소한 보상을 제공하시면 글쓰기를 할 맛이 조금은 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아이가 글 쓰도록 하고 글을 쓸 때 심리적이던 실질적이던 보상이 있다는 것, 글쓰기가 생각보다 즐겁고 내가 생각보다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과 마찬가지로 "자기 효용성"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료

과거 아이에게 잔소리 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지문으로 만드시면 그게 바로 자료가 됩니다. 인터넷에 찾아보시면 "엄마의 잔소리 유형"과 같은 자료가 아주 많이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나가며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시기 바라는 것은 글쓰기가 생각만큼 “창의적인 과정(creative process)”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글쓰기를 잘하려면 아주 창의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더 창의적이고 더 논리적이면 더 좋은 글이 나오긴 하죠. 하지만 글쓰기에 필요한 창의성과 논리성은 대부분이 타고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기술입니다. 얼마나 독자의 입장을 잘 배려하는지, 같은 말을 얼마나 더 센스있게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주어진 틀에 맞게 글을 쓰는지가 그 결과물의 질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공식을 터득하고 응용하는 연습을 하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틀에 맞게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말은 다시 말하자면 글쓰기에는 공식이 있다는 것이고 이 공식만 잘 따를줄 알게 된다면 글쓰기를 더 즐겁게, 더 쉽게,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종이와 붓을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 아닌 틀에맞게 짜여진 레고 블럭을 조립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 내가 아는 지식을 짜집기 하고 기본 글쓰기 틀에 그 정보를 맞춰서 표현하는 것일 뿐입니다. 꼭 기억하고 용기내어 즐거운 글쓰기 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공해드린 방법들이 조금이나마 아이의 긴 글쓰기 여정에 즐겁고 효과적인 첫 발걸음을 띄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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