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고 리더십 없는 학생이 미국대학 입시에 성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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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대회에 나가야 하는지,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고 어떤 시험을 쳐야 하는지, 에세이 주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물어보십니다. 오늘은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는 “진정성(sincerity)”과 "일관성(consistency)"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진정성…너무 꿈에 부푼, 이상주의적 단어로 보이죠? 그런데 제가 말씀드릴 진정성은 단지 이상주의적인, 도덕적으로 순결한(?)의 의미에서의 진정성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성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메리트가 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은겁니다. 이는 특히 대학 입학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성격(외향성, 리더십)을 가지지 못한 학생들에게 더 중요합니다.

내성적인 집순이의 입시준비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가을, 미국 공립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 학생을 맡아 11학년이 끝난 여름방학부터 함께 대학 원서를 준비했던 적이 있습니다. 학교 공부는 얼추 잘 했지만 좋아하는 수업은 잘 하고 싫어하는 수업은 점수를 잘 받지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활동 내역이 별로 없던 이 학생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약간 심할 정도로 집순이었습니다. 필요한 사회적 활동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사색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래들과 딱히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쌓아놓은 활동 내역이라고는 학교 저널리즘 클럽과 중학교 때부터 해온 지역 교회 한글학교 교사활동, 두 개의 지역환경단체 활동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점들을 부각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유독 글을 잘 쓰던 이 아이는 보통 학교의 Yearbook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저널리즘 클럽에서 최신 사회적 사건들을 풀어 설명해주는 월간 잡지를 만드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고, 저는 이 부분을 아주 강하게 어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월간 잡지를 만든 것과 연계 되는 다른 어떤 활동도 없었던거죠. 이 아이가 글을 잘 쓴다는 것 마저도 추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대회수상경력이 없었죠. 물론 영어 수업 점수가 좋았고 추천서에도 글쓰기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리더십이 있는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혼자 선생님에게 가서 새로운 부서를 제안하고, 그 마저도 1인 부서로 활동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긴 고민 끝에 저희가 결정한 것은, 단점을 주제로 삼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땐 단점일 수 있는 학생의 기질이 얼마나 그녀를 특별하고 유니크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지 설득하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학생의 내성적인 성격과 집에만 있고 싶어하는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되, 그 기질이 어떻게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나타나는지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진정성에 베팅해보는 것이었죠.

 

이 학생의 커먼앱 에세이 첫 몇 줄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It is 4 PM. Curtains flutter as the late summer breeze enters the dimmed bedroom, and I rest my soul beside the ambient sound of wavering midwest reeds. Still in my walking shoes, I take a deep breath, quietly celebrating the escape from the congested hallways of my high school. Calling me an introvert would be an understatement; I actively seek…

홀로 있음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분주한 학교 복도를 피해 집으로 온 것을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한 에세이. 이 글은 아이의 솔직한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본인이 얼마나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 하는지, 혼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상상이 그녀의 머리 속을 스치고 얼마나 깊을 생각에 빠져드는지. 미국 대학은 리더를 좋아하고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좋지 않은 시작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단지 본인의 내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솔직한게 아니었습니다.

본인 같은 사람도 의미가 있음을, 본인이 어떻게 본인의 생활 반경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었는지, 그 방법이 무엇이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특히 그녀는 소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상이 단점이라 말하는 그녀의 성격을 긍정적인 언어로, 장점으로 포장했습니다. 이 에세이의 캐치프레이즈(?)는 bumper sticker 이었습니다. 학생은 스스로가 마치 bumper sticker (자동차 뒷편에 붙이는 스티커 — 흔히 미국인들이 정치적 성향이나 출신 학교 등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일은 없지만, 먼 발치에서 분명히 눈에 보이게 자신을 나타내는 범퍼스티커가 자신을 닮았다고 말이죠. 앞에 나서서 남들을 이끌 힘이나 기질은 없지만, 자신이 중요하다 느껴지는 것들을 묵묵히 하다보면, 주변 사람들은 그 것을 볼수밖에 없다는, 그리고 영향을 받을수밖에 없다는 그녀의 말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On the first Tuesday of every month, my interpretation of current affairs would be posted on the hallway board. Like a bumper sticker, it would be posted still, simply containing a message it is supposed to convey. Students of [school name] would unwittingly give their attention to the post like a driver would to a bumper sticker. Only recently did I find out that the debate club in my school officially chose discussion topics based on my posts. There it was -- my influence in the small society of [school name]. After all, bumper stickers sometimes change minds too.

“혼자 써서 학교 벽보에 붙여놓은 글은 의미없어 보였지만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냈다. 학교 토론클럽이 내 글을 기반으로 토론 주제를 정한다는 말을 최근 듣게 되었다. 범퍼스티커도 간혹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고 하는데, 나도 이 고등학교의 사회에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요약)”

이 학생은 11학년이 끝난 여름, 처음으로 에세이 대회에 나갔습니다. 그 실력이라면 유수의 에세이 대회를 나갔어도 충분히 수상 가능성이 있었지만, 학생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할만한 걸 해야 말이 되지 않을까요?”

미국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일관성(consistency)입니다. 이 학생은 자기 자신이 수긍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활동만을 하길 원했고, 그것은 자연스레 일관성으로 표출되었습니다. 그녀가 나간 대회는 county(구)에서 구립도서관과 함께 주최한 다양성에 대한 에세이 대회였습니다. 이미 다양성에 대한 많은 글을 쓰고 책을 읽었던 그녀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민들과 생각들을 거침없이 써내려갔습니다. 간단한 첨삭만 해주려고 받아보았던 글을 보며 오히려 제가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잘못 쓴 부분도 있고 논리적 비약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대 학생 특유의 느낌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깊이있는 통찰력과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 에세이로 그녀는 최우수 상을 받았고, 그 상은 그녀의 커먼앱 EC 섹션의 1번 칸에 들어갔습니다. 큰 대회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모든 능력과 가치를 응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화룡점정 격의 이벤트였기 때문이었죠.

 

늦은 고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학생의 원서를 평가하자면 아마 <스펙을 이겨낸 일관성의 승리>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SAT도 1400점대 중후반, 성적도 상위 15% 정도, EC 섹션 10개를 다 채우지 못한 활동내역을 가지고 그녀는 10-20위권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성적과 점수가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합격자 평균 이하를 맴도는 스펙으로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요? 감히 판단하자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아마 마음이 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글쓰기를 해 온 일관성, 그리고 그 부분에서의 탁월함과 영향력을 증명하는 교내활동-대회수상-영어 선생님과 저널리즘 클럽 선생님의 추천서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겁니다. 거기에 오랜 기간 같은 지역단체와 교회에서 일해온 것 또한 헌신과 일관성, 그리고 관심사에 대한 강한 신념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다재다능하고 탁월한 아이들은 참 많습니다. 한국에 리더십 뛰어나다는 아이들만 모아놔도 이미 아이비리그 대학은 다 채우고도 남을겁니다. 그렇다면 내성적인 학생들은, 리더가 아닌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럴 때마다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일관성과 진정성은 리더십만큼이나 큰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요. 대학들이 원하는건 무조건적인 외향성과 리더십이 아닙니다. 그들은 크던 작던 의미있는 영향을 끼칠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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