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시의 떠오르는 핵심 트렌드 - 현지(local)스러움에 대하여

admissions locality 글쓰기 라이팅 로컬 미국대학 미국입시 입시컨설팅 현지 May 12, 2021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코세지 감독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이 말은 1960년대 미국 페미니스트 운동의 표어였던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The personal is the political)"의 형태를 빌린 명언이죠. 이 두 명언의 공통점은 바로 개인적인 것, 혹은 미시적(micro)적인 것에 대한 고찰과 그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사회현상에서도 이렇게 개인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에 대해 집중하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로 로컬(local)에 대한 관심입니다. 1990년도부터 강하게 불기 시작한 국제화, 세계화의 바람이 잦아들고 찾아온 로컬에 대한 관심은 거대한 사회 속에서 부품으로서 존재하는 인간상으로부터 탈피하여 "지금, 여기, 우리"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트렌드입니다. 그리고 로컬 한 것으로부터 발전을 추구할 때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 움직임입니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도 이러한 로컬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 보다 대학이 위치한 지역 혹은 마을, 즉 "로컬"의 특성과 개성을 살려 학생의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뉴욕대(NYU)는 뉴욕 메트로폴리스가 제공하는 다양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학교 자체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뉴욕스러운" 인재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세계적인 미술대학인 Parsons The New School 또한 뉴욕 맨하탄이라는 동네의 특성이 어떻게 예술인 개인의 특성이 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시골에 있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의 철학을 지역 특색에 맞추고 주변 사회와의 공존을 중심으로 인재양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컬함"과 "교육"은 정확히 어떤 상관관계가 있고 또 그것이 대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로컬함은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논리적 체계 (logical structure), 그리고 분석적 틀 (analytic structure)을 더욱 선명하게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세계적인 인재가 되라는 외침에는 그 방대한 꿈의 크기만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공허함이 있습니다. 고작 수백명, 많아야 수천명의 학생과 함께 다닌 학교가 관계의 전부였던 학생에게 갑자기 세상을 꿈꾸고 국제시장을 선도하라니. 학교 안에서의 트렌드도 읽지 못해 고생하던 아이가 세상의 흐름을 과연 쉽사리 읽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로컬을 생각하라는 요구는 확실한 타겟이 보입니다. 길거리에 보이는 벽화가, 우리 동네 구의원의 자세한 공약이, 우리 동네 공립학교 시스템의 문제가 눈에 보이는건 그것이 미시적(micro)이고 손에 잡히는(tangible) 것이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기에 충분히 비판적으로 볼 수 있고, "우리"동네이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가 보이는겁니다. 그리고 대학은 이제 이렇게 작은 것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관점과 그 자세함을 내것으로 재해석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지를 보는 것이죠.

나아가 로컬함은 현지성(locality)를 지향합니다. 외국인 한 명이 잠시 들려서 4년간 지내면서 학비만 내주고 가길 바라는 것이 아닌, 캠퍼스와 주변 도시에, 그리고 대학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에 실질적인 멤버가 되어서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진정한 구성원이 될만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죠. 나아가 그 구성원이 다시 세계로 나아갔을 때, 세계적인 인물이 되는 것 이전에 "우리 동네스러운 인재"가 되어 주길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Her work has that New York feel to it." 그녀의 작품에서는 뉴욕의 냄새가 나. "He has that Bay Area style of getting things done." 그가 일처리 하는 방식은 참 샌프란시스코스러워. 4년 간의 대학생활에서 이러한 현지성을 형성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입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세계적인 인재가 되겠다는 포부를 버려야 할까요? 꼭 그런건 아닙니다. 단지 방법이 바뀌어야 하는것이죠. 공부를 열심히 하고 국제 경제를 잘 읽는 능력을 키워 세계적인 인재가 되겠다던 꿈은 미뤄두고, 누구보다 뉴욕스러운, 누구보다 캘리포니아스러운, 누구보다 보스턴스럽고 또 누구보다 OOO 대학 출신같은 느낌의 인재가 되어 세상에 그 고유의 현지성을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야겠지요. 어찌보면 국제화라는 코드는 그대로인데 Locality라는 또 하나의 요구사항이 추가되었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카고라이팅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시카고라이팅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새로운 수업에 대한 정보와 다양한 라이팅 팁을 보내드립니다. 지금 구독하시면 4강으로 구성된 라이팅 무료 강의를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든 원클릭으로 구독을 취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