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의 심리학: 독자를 조종하는 글쓰기 테크닉

글쓰기 영어 라이팅 영어공부 영어과외 영작 Sep 21, 2021

선생님에게 질문을 받고 내용에 대한 고민만 며칠간 하다가 틀에 맞춰 어째저째 글을 쓴 다음 겨우 데드라인 직전에 제출한다.

우리 아이가 항상 라이팅 과제를 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쓴 글은 어떤 피드백과 함께 돌아오나요? 라이팅을 유독 잘 하는 아이는 좋은 피드백을 받을 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뭔가 좀 아쉬운, 자기 실력만큼 못 한 것 같은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아 우리 아이 분명 시간만 넉넉하게 가지고 쓰면 더 잘 할거 같은데..."

그런데 아시나요? 시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간보다 중요한 독자>

라이팅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학생들이 잊고있거나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 하지만 너무너무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독자" 입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을 것이기 떄문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 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거죠. 이 요소는 단순하지만 시간보다, 게으름보다, 문법실력보다, 그리고 어휘보다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 하는 이 글쓰기가 오롯이 그 독자의 냉철하고 비판적인 판단을 받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에세이 과제가 나왔다고 생각해보죠. 왜 에세이를 쓸까요? 내 실력 향상을 위해서? 내가 배운 내용을 잘 정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에세이를 쓰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바로 선생님 읽으라고 쓰는겁니다. 읽고 채점해달라고. 선생님이 읽지 않을거라면 왜 그 에세이를 쓰겠습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수학 숙제를 하지.

그런데 학생들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의 심리를 이해하지 않고, 채점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거죠.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

그렇다면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독자의 리딩 패턴을 분석하고, 그 패턴에 맞춰서 글을 써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선생님이든 채점자든 국제학교 학생들이 마주하는 독자는 대부분 원어민이거나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리딩 패턴이란 것이 있습니다. 사실 그들 뿐 아니라 영미권 독자 대부분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리딩 패턴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그 패턴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영어권 사람들이 문장을 읽고 난 뒤 기억력 테스트를 하면 가장 잘 기억 하는 것이 그 문장의 주인공 혹은 주제, 그리고 그 다음이 그 주인공이 무엇을 했는지, 즉 행위에 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만큼이나 잘 기억하는 부분이 바로 문장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있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문장의 주제 만큼이나 문장의 마지막 몇 단어를 잘 기억한다는거죠. 순서상 마지막이니 그런거겠거니 싶으시겠지만 이건 참 놀라운 발견입니다. 왜냐하면 이 발견은 글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무기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Experts say that a company only needs one talented programmer to dominate a market."

 

자 이 문장을 보시면 대략 "전문가들은 회사가 한 명의 뛰어난 프로그래머만 있어도 마켓을 선점할 수 있다고 한다"를 의미합니다. 이 문장을 읽을 경우 전체적인 내용은 아주 깔끔하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글의 핵심은 "오직 한 명만 있다면" 마켓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부분이죠? 그게 이 문장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기도 하고 또 집중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문장에서는 그 부분이 강조되고 있지 않죠. 아, 이 부분을 강조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독자들의 뇌리에 새겨버릴 수 있다면, 내 글이 얼마나 더 재밌는 글이 되고 포인트를 잘 짚어주는 글이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독자들의 패턴에 맞춰서 글을 쓰는겁니다. "오직 한 명만 있다면" 부분을 문장의 맨 마지막 (언어학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위치라고 주장한 곳)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영미권 독자들의 패턴에 맞춰서 말이죠.

"To the question of how many talented programmers a company needs in order to dominate a market, experts say: one.

얼마나 많은 능력있는 프로그래머가 있어야 한 회사가 시장 전체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이 문장을 한 번 보시죠. 이 글은 일부러 마지막 부분을 강조하도록 쓰여진 글입니다. 앞 문장보다 조금 조잡한 문장이 되었지만 우리가 정말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한 명 만!" 부분을 아주 강조하게 되었죠? 우리가 이 문장을 쓰면서 원했던 것은 독자가 이 "한 명만 있으면 됩니다" 부분을 기억하고, 뇌리에 새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그걸 해내는 문장입니다.

 

또 다른 예제를 볼까요?

"Changing the password combination once a week can help us safeguard our email account, but we must admit that the process will be extremely painstaking due to our limited memory."

"매 주 비밀번호를 바꾸는 건 이메일 계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기억력엔 한계가 있기에 이 과정은 참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장과 다음 문장을 비교해보시죠.

"Although our limited memory prevents us from doing so, changing the password combination once a week can help us safeguard our email account."

"우리의 제한적인 기억력이 큰 방해가 되겠지만 비밀번호를 매 주 바꾸는 것은 우리의 이메일 계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단순히 앞 뒤를 바꿨을 뿐인데 문장의 톤이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이걸 내용의 앞뒤가 바뀌었다고 보지 마시고 문자의 뒷부분이 바뀐 것에 집중해보도록 하죠. 첫 문장의 경우 "참 여러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에서 독자가 자연스레 기대하는 바는 왜 이런 부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의 경우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에서 독자가 자연스레 기대하는 것은 긍정적인 기대에 대한 이유겠죠?

 

<독자를 조종하는 글쓰기>

문장의 마지막 부분은 독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의 톤에 따라 독자들이 기대하는 다음 내용이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독자의 리딩 패턴을 파악하고 글을 쓸 때, 우리는 결국 독자를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이 뭘 기억하게 만들건지, 그들이 뭘 기대하게 만들건지, 글쓰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말이죠.

대단한 독자의 패턴을 발견하지 않더라도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라"는 말 많이 합니다. 정말 출제자가 묻고싶은게 뭔지 알아낸다면 그걸 주제로 잡고 글 전체에서 그 것이 주제임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글쓰기를 하면 됩니다. 강조를 어디에 둘지 고민해서 그걸 강조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글쓰기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독자의 의도, 성향, 리딩 패턴 등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면 어설프더라도 조금씩 독자에게 긍정적으로 읽힌다는 글쓰기의 원초적 목적을 달성하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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