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 원서 컨설팅을 하며 깨달은 7가지 팁
May 17, 2022
어느덧 원서 첨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도 6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개인으로 작업하다 보니 그리 많은 수의 학생을 받진 못하지만 매 년 적게는 40개에서 많은 경우 80개 정도의 대학 원서 에세이를 첨삭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줍잖치만 약간의 연륜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몇 년간 학생들을 지도하고 에세이를 첨삭하며 깨달은 몇 가지 팁을 공유하려 합니다. 얼리 시즌이 끝나가고 레귤러도 이제 한 두달이면 원서제출기간이 마감이니 그 전에 혹여나 도움이 되실까 하여 글을 올려드립니다.
1. 진정한 나를 보여주려 애쓰지 마세요
대학 입시 에세이는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장이 아닙니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학교가 찾는 그 인재상과 맞는지를 찾는 과정이죠.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대학 에세이를 통해 "나"를 표현하는데만 집중합니다. 물론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도와달라 하는 친구들 보다야 훨씬 낫죠. 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건 마치 주사위를 던져놓고 특정 숫자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운에 맡기는거나 마찬가지라는거죠. 나라는 사람이 우연히 그 학교가 찾는 인재이길 바라는, 요행을 바라는 겁니다.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중요한 자신의 모습, 자신의 성격, 자신의 성취를 보여주는 것은 독자를 생각하지 않은 아주 독단적인, 나만을 위한 글을 쓰는 행위입니다. 진정한 나를 보여준다는 명목하에 독자를 모독하는 행위라는거죠. 오히려 내가 어떻게 저 학교의 인재상에 들어맞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를 다방면으로,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됩니다. "진정한 나"라는 개념 안에는 내가 바라본 나 자신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합니다.
2. 학교에 대해 공부하세요
학교의 인재상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니 학교에 대해 꼭 깊게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을 갖고 학교와 학과 홈페이지만 정독해도 무조건 원래 쓰려했던 에세이 내용이 바뀝니다. 학교가 뭘 원하는지가 다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얼리 합격률이 어떻고, 학과별 가능성은 얼마고, 이런 것 고민하시기 전에, 학교가 정말 원하는 학생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찾아보세요. 합격률이 아무리 낮아도 붙을 아이는 붙고 떨어질 아이는 떨어집니다. 합격하는 아이들은 모두가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춘 이미지를 원서를 통해 전달해서 합격한 것이구요. 학교와 학과 홈페이지에 있는 about 페이지를 꼭 보세요. about이 없는 홈페이지의 경우 mission, value, curriculum 등 여러 키워드를 찾아보시면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 학교가 배출해내고 싶은 인재상 등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3. 친절하게 설명하지 마세요
대학 입시 에세이는 친절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구구절절 내가 하려는 말은 이런 말이다 이런 설명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질문이 묻는 것에만 답하세요. 그리고 핵심만 건드리세요. 예를 들어 How did you become interested in your inteded major? 이런 질문이 나왔다면 처음 그 전공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를 시간순서대로 나열하지 마세요. 한 순간, 하나의 사건, 하나의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아, 그리고 질문이 묻는 것에만 대답하되 그 대답 안에 내 의도를 주입하세요. 키워드를 사용해 인재상에 맞춘 단어를 사용하세요. 학교가 collaboration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하나의 사건"이 주변 학우들과 함께 작업한 사건이면 좋겠죠? 다시 말하지만 순진하게 차근차근 설명하지 마시고 설명에만 그치지도 마세요.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해야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본인이 이끌어 가는 에세이, 본인의 의도가 잔뜩 담긴 에세이가 좋은 에세이입니다.
4. 설명만 하지말고 묘사하세요
글쓰기를 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죠? "Show not tell." 말만 하지말고 보여달라는것입니다. I am genious (나는 천재다) 라고 말만 하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묘사를 해보면 다릅니다.
When facing difficult questions, I stare at the ether and draw with my fingers a list of potential pathways to the right answer. I see colors and squibbles dance as I conduct their movement. Does this process actually work? Well, I did receive a gold medal in the 2021 World Math Olympiad.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면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몇 가지 가능한 문제해결 과정을 그려봅니다. 형형색색의 글자들이 제 지휘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이렇게 하면 정말 문제가 풀리냐구요? 제가 2021년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을 받은걸 보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천재인 것은 말만으로는 증명이 안됩니다. 묘사를 해야 독자의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5. 토플 에세이 보다는 단편 소설을 쓰세요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입시 에세이를 토플 에세이 쓰듯 씁니다. 그 틀을 따르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만, 경험상 내러티브 안에 학교가 원하는 테마, 인재상, 키워드를 첨가하여 쓰는게 훨신 더 합격률이 높았습니다. 딱딱한 설명글 형식으로는 나라는 사람의 특징이 잘 살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설명하는 것 보다는 묘사하는 것,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떄문에 논리를 나열하는 토플식 에세이와 대입 에세이는 그다지 잘 맞지 않습니다.
"나는 끈기와 회복력이 강한 학생이다. 그 이유는 첫 째는... 두 번째는..."
이런 에세이 보다는
"쿵...! 나는 그렇게 3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떨어졌다. 내 어깨는 박살이 났고, 그렇게 내 치어리더 단장 자리와 11학년 2학기가 날아갔다." 이런 식의 에세이가 당연히 개인의 이야기를 써야하는 입시 에세이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6. 나열하지 마세요
이 또한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어린시절부터 열심히 준비해온 결과 activity, volunteer 등 자랑할 내용이 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커먼앱의 경우 10개 이상 쓸 수 없다보니 에세이에 추가로 쓰려고 하는 학생들이 참 많습니다. 꼭 활동내역이 많지 않더라도 커먼앱에 쓴 것을 굳이 또 에세이에 다시 쓰려는 학생도 참 많구요. 그런데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활동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에세이는 글자 수 제한이 있고, 그 제한 안에 질문에 대한 가장 멋진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서 다른 곳에 이미 적어 놓은 내용을 또 적는건 공간낭비입니다. 컨텍스트상 꼭 써야 하는 경우에는 정말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만 하는게 맞습니다. 위 4번의 예제에 쓰여진 것 처럼 말이죠.
7. 원서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커먼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활동내역을 단순히 나열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과 맞는 활동, 교내활동, 오래 한 활동 등 학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들을 먼저 써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성적과 너무 동떨어진 쉬운 대회나, 누가 봐도 본인의 기여가 별로 없는 논문 등은 굳이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서의 모든 칸은 전략적으로 쓰셔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학교의 인재상이 곧 내 원서의 테마가 되어야 합니다. 그 테마에 맞지 않는, 자리를 채우기 위한 내용은 과감히 빼셔도 됩니다.
물론 이 외에 많은 요소들이 대학 원서의 퀄리티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기본을 잘 지키실 수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입시 시즌,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겁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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