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라이팅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라이팅(Writing)이 도대체 뭐길래 유독 어려울까요?

위 질문은 사실 두 가지 질문이 섞여 있습니다.

1. 라이팅이란 무엇인가?

2. 라이팅은 왜 어려운가?

1번 질문은 아주 철학적인 질문인 반면 2번 질문은 아주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라이팅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1번에 대한 답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1번에 대한 해답, 즉 라이팅이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이 해답을 알면 라이팅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라이팅이 생각보다 손에 잡히는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라이팅의 변천사

과거 손으로 글을 쓰던 시절 글쓰기의 가장 큰 방해물은 "수정이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얇은 원고지에 펜으로 한번 슥, 글을 쓰고 나면 원고지 자체를 버리거나 울퉁불퉁한 수정테이프로 고쳐야 했죠. 그래서 작가들은 머릿속에서 한 두 문단 정도의 글은 완성을 시킨 뒤 원고지에 글을 썼다고 합니다.

반면 컴퓨터가 보편화 된 이후 수정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이제는 새끼손가락으로 delete 혹은 backspace 버튼만 클릭하면 까만 글자가 다시 흰 바탕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동시에 큰 장애물이 생겼습니다. 글쓰기가 쉬워지고 그 과정이 빨라지다 보니 더이상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할 틈이 사라진 것이죠. 생각을 끝내고 글로 옮기던 방식에서 생각과 글쓰기가 동시에 일어나는 방식으로 넘어 온 우리는 생각을 "정리한다"는 과정을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곧 타자치기(typing)이 되고 이것은 곧 생각하는 과정 그 자체가 되어버린거죠.

 2. 패러다임 변화: 쓰기(write)에서 고치기(editing)으로

이제와서 다시 원고지와 수정테이프로 돌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기계가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 "손쉬운 수정(editing)"을 글쓰기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과거 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글쓰기는 그 것을 옮겨적는 것을 뜻했지만 이제 생각은 타자를 치는 동안 일어나고 글쓰기는 그렇게 쓰여진 엉성한 first draft를 Final Draft, 즉 최종본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3. 새로운 패러다임에서의 라이팅 교육

그런데 많은 라이팅 프로그램들이 글쓰기를 editing의 과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가르치는 라이팅에는 이러한 철학이 대부분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고 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주절주절 써내려가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의 과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 그 과정에만 몰두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그 이후에 진짜 라이팅 과정, 즉 수정의 과정은 온데간데 없구요.

벌거벗은 생각의 결정체인 First Draft를 정리하고 정돈하여 독자가 읽기 편한 문장과 문단으로 포장하여 주는 것, 그것이 진짜 글쓰기의 과정인데 말이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라이팅을 배우는 것은 결국 수정의 기술(editing skill)을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장 안에서 문법요소들을 구성하고 변형하는 방법, 문장과 문장을 연결시키고 그 구성을 변형시키는 방법, 그리고 문단과 논리의 구성을 뒤트는 방법, 이러한 방법을 배워서 스스로의 글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수정의 결과는 우리가 보기에 좋은 글이 아닌 독자가 보기에 좋은 글이어야 합니다.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는 감성적인 글쓰기가 아닙니다. 예술적으로 내가 만족하는 글을 쓰는 과정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독자에게 인정 받기 위해 독자 맞춤형 글쓰기를 하는 것이 바로 학술적 글쓰기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그 독자가 선생님일 것이고, 대학에서는 교수님, 사회에서는 내 글을 판단하고 그에 걸맞는 가격과 가치를 책정하는 모든 이들입니다. 이들이 보기에 완벽한 글을 만들기 위해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문법과 어휘"를 독자들의 기준으로 맞춰 주는 것, 이러한 수정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라이팅 교육인 것이죠.

시장에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과 책, 문제집 등이 있습니다. 인터넷에도 무료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이 있죠.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좋은 프로그램, 좋은 책,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있는 관점입니다. 시대에 맞는 관점으로 라이팅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은 프로그램, 좋은 문제집을 고르시는데도 도움이 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