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컨설턴트의 라이팅 교육법
May 17, 2022
라이팅 코치로, 그리고 원서 컨설턴트로 일을 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라이팅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카데믹 라이팅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학생들이 왜 뛰어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못 하는지가 보입니다. 라이팅을 힘들어 하는 데에는 창의력, 집중력, 문법기초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항상 집중하고 고쳐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바로 라이팅을 바라보는 “관점”, 즉 "글쓰기 철학"입니다.
라이팅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관점으로 라이팅을 바라보아야 정말 높은 수준의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될까요?
저는 라이팅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는 결국 사업가와 같습니다. 사업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수익(돈)은 판매의 결과물이고 사업가는 그 존재를 판매를 통해 증명합니다. 뛰어난 사업가는 어떤 것을 적정 가격에 최대한 많이 파는 사람, 그래서 최대한의 이익을 만드는 사람인 것이죠.
글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쓴이의 궁극적인 목적은 본인의 글이 남에게 읽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좋은 글에 대한 만족감이나 글로부터 얻는 수익은 잘 읽히는 글이 가져다주는 결과물일 뿐이고, 글쓴이는 그 존재를 긍정적으로 읽히는 글을 통해 증명합니다. 뛰어난 글쓴이는 뛰어난 사업가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글에 대한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고 최대한 많이 읽히도록 하는 사람입니다. 책이 팔리고, 논문이 인용되고, 보고서가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에세이가 독자를 설득하는 것, 이것이 좋은 글쓰기의 지표들입니다.
사업가가 물건을 적정 가격에 많이 판매하기 위해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까요? 바로 구매자의 마음입니다. 뛰어난 사업가는 자신이 팔고 싶은 물건을 자신이 팔고 싶은 방식으로 팔지 않습니다. 뛰어난 사업가는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사람들이 구매하기 좋은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그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구매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매하는지를 연구하고, 어떻게 포장되고 어떻게 홍보되어야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만들어진다는 논리가 바로 이것이죠.
그런데 글쓰기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 이러한 사업가적인 마음이 부족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내가 쓰기 편한 대로 쓰는 게 대부분 학생의 현실이죠. 그렇다면 학생들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쉽습니다. 바로 독자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면 됩니다. 뛰어난 사업가가 구매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들이는 것을 보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면 됩니다.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이 무엇인지, 그 독자는 어떤 독서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형태의 문장이 가장 읽기 편한지, 어떤 인트로덕션을 볼 때 더 본문을 읽고 싶어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 됩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독자가 글을 읽어내려가는 순서대로 내 글을 만들어 주면 됩니다.
영화를 개봉하기 전 최고의 홍보물을 만들어 홍보하려 하는 것처럼, 글쓴이 또한 본문의 흥미로운 내용을 제공하기 전, 최고의 인트로덕션을 만들어 독자의 관심을 끌어내야 합니다.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갈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물건의 효용을 최대치로 포장하여 물건을 판매하듯이, 글쓴이 또한 본인의 글을 읽고 난 뒤 독자가 얻을 수 있는 효용을 최대한 잘 포장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매자는 특정 사업자의 물건을 꼭 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독자도 마찬가지죠. 누군가가 꼭 내 글을 읽어야만 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면, 그 글쓴이는 필히 실패할 것입니다.
구매자가 있을 때만 판매자가 존재할 수 있듯이, 독자가 있어야만 글쓴이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독자와 함께해야만 완성되는 사회적 활동이지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인의 글을 바라본다면, 비로소 본인 글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좋은 글을 쓰도록 학생들을 교육하시려면 가독성(readability)을 고려하도록 훈련해주세요. 독자의 입장에서 읽기 편한 글을 쓰도록 훈련해주세요. 복잡하고 어려운 글이 아닌 쉬운 언어로 쓰인 글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다섯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열 단어로 표현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대신 읽기는 쉽지만 내용은 풍부하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복잡한 표현 대신 깊고 풍부한 내용으로 글을 채우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것은 읽기 어려운 글을 쓰는 것 보다더 힘든 과정입니다.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내용에 대한 깊은 고찰이 드러나지만 그것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글, 그것이 바로 가장 훌륭한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제 모든 수업의 첫 강의에서 항상 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여러분 글을 왜 읽어줄까요? 채점하려고요? 그것도 이유이긴 합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이 여러분 글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월급을 받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내는 학비, 혹은 세금 중 일부가 여러분의 에세이에 붙어서 함께 선생님에게 제출되기 때문인 것이죠.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여러분의 에세이가 읽히는 이유는 그 에세이에 수당이 붙기 때문인 거에요. 여러분의 에세이가 재밌어서가 절대 아니에요.
그런 데 정말 중요한 글에는 아쉽게도 수당이 붙지 않아요. 대학 원서, 회사 보고서, 판매를 목표로 쓰인 소설 등. 이러한 글은 여러분들이 돈을 내고 읽어주세요 하는 게 아니라, 이거 읽고 나에게 돈을 주세요, 내 가치를 인정해주세요~ 하는 글이지요. 그래서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아 해요. 읽을 이유도 없고요. 그런데, 여러분의 에세이가 깊은 감동을 준다면, 여러분의 소설이 정말 재미있다면, 여러분의 보고서가 정말 엄청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면, 그 글은 돈을 주고서라도 사서 읽을 가치가 생기는 거죠.
그렇게 되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 한 문장을 읽은 뒤 그다음 문장을 읽을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해요. 한 문단을 읽은 뒤 그다음 문단을 읽을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해요. 그리고 중간에 읽기 싫어질 이유를 없애야 해요. 이 능력을 키우는 것이 라이팅을 공부하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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